"브랜드보다 실익"…과열되는 재건축 수주전
한스경제·한나연 기자·2026-05-22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장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한강 조망과 외관 특화 설계, 랜드마크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 금리와 금융지원, 분담금 유예 등 ‘조합원 실익’을 앞세운 금융 경쟁이 전면에 부상하는 분위기다.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부담,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조…
| 서울=한스경제 한나연 기자 |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장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한강 조망과 외관 특화 설계, 랜드마크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 금리와 금융지원, 분담금 유예 등 ‘조합원 실익’을 앞세운 금융 경쟁이 전면에 부상하는 분위기다.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부담,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조합원들도 외형보다 실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시공사 간 금융조건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예컨대 압구정5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책임조달, 분담금 유예, 이주비 확대 조건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반포19·25차 재건축에서도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사업비 조달 금리와 금융지원 조건을 핵심 경쟁 포인트로 제시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에서는 롯데건설이 입찰보증금 50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선납부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강조했고, 대우건설 역시 재참전을 결정하며 경쟁 구도가 다시 형성돼 양사가 제시할 금융·사업 조건에도 관심이 모인다.
특히 최근 수주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건은 포스코이앤씨가 신반포19·2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제안한 ‘조합원 세대당 2억원 금융지원금’ 조건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조합원 446가구를 대상으로 총 892억원 규모의 금융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시공사 선정 직후와 사업시행인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이 같은 금융지원 조건이 등장하면서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조합원 실익 중심 경쟁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과거 수주전에서 한강 조망이나 외관 특화 설계, 하이엔드 브랜드 등이 핵심 홍보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 금리와 이주비, 분담금 유예 등 실제 체감 가능한 금융 조건이 조합원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공사비 상승과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이 수주전 양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 사례가 잇따르면서 조합원들의 관심도 설계 경쟁보다 금융 안정성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건설사들도 확정금리, 책임조달, 분담금 유예 등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조건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 조건이 무엇보다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재건축 수주전이 지나치게 금융 혜택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건설사가 내세우는 지원 조건들이 당장 조합원 체감 혜택으로는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사업 구조상 상당 부분은 향후 사업 수익이나 추가 사업비를 전제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일반분양 일정이 늦어지거나 예상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초기 제시된 금융 조건이 장기적으로는 조합 부담 증가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건 해당 비용이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충당되는 구조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유리한 조건처럼 보이더라도 사업 기간이 길어지거나 수익 구조가 달라질 경우 부담이 뒤늦게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수주전은 향후 기대 수익을 미리 경쟁 조건으로 제시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조합원들도 단순 지원 규모뿐 아니라 사업 지속 가능성과 전체 자금 구조까지 함께 살펴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금융조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합원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정비사업 시장 전반이 ‘금융 마케팅 경쟁’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